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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도서관 프로젝트] 2022년 1월 활동 소식

최종 수정일: 2022년 2월 20일



<별의별 도서관 프로젝트> 입니다.


저희는 ‘일상 속 차별’로 드러나는 이슈 너머의 ‘사회 구조·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그 과정에서 참고한 관련 읽기 자료들의 목록을 한데 모아 기록·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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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추후 별의별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편집, 출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무단 복제를 금하며,

인용하실 경우 출처표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2021년에 참여했던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활동을 마무리한 후

2022년 1월, 새로운 논의 주제를 선정하여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새로 선정한 논의 주제는 “장애인의 성과 사랑”이며

다음과 같은 목차에 따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Ⅰ. 장애인은 무성적, 무성애적인 존재인가?

Ⅱ. 장애인을 무성적, 무성애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현상들

1. 장애 여성의 연애, 결혼, 임신을 향한 사회적 시선

2. 장애인들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한 ‘성 도우미’ 제도

3. 장애인의 연애에 대해 다루는 미디어

4. 장애인의 성폭력 문제 (피해자인 경우 / 가해자인 경우 각각의 관점에서)

5.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

Ⅲ.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가기 위한 방향성



Ⅰ. 장애인은 무성적, 무성애적인 존재인가?

▬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무성’의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은 ‘무성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중략) 장애인 화장실이면 남녀의 구분이 없어도 되는가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 장애인이 성적인 존재인가, 아닌가를 가늠해주는 인식의 척도가 되고 또한 예전에는 장애인이 화장실 안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외부인이 내부 상황을 보고 도와줘야 한다는 이유로 유리문을 설치한 사례가 있었다.❞〖1〗


시각장애인 조희영(가명)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로부터 “너도 생리 하니?”라는 어이없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들은 말이라 그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여성에게 첫 생리는 성인 여성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씨는 친구의 말 속엔 ‘너, 여자이긴 하니?’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며 당시의 서운함을 이야기했다.❞〖2〗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중략) 처음으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갔다. 내 몸이 기억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을 올라가는 길에 남자 선생님들의 등에 업혀서 불편한 접촉을 감내하며 땀 냄새를 진하게 맡았던 기억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업히는 것을 동의한 적도 없지만 업히지 않고 어디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어색함이나 난감함 같은 감정들이다.❞〖3〗


▬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을 누릴 권리를 공평하게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필요한 지원을 국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법률로 규정하고 있음〖4〗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성에서의 차별금지) ①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② 가족ㆍ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성을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장애를 이유로 한 성에 대한 편견ㆍ관습, 그 밖의 모든 차별적 관행을 없애기 위한 홍보ㆍ교육을 하여야 한다.



Ⅱ. 장애인을 무성적, 무성애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현상들

1. 장애 여성의 연애, 결혼, 임신을 향한 사회적 시선

▬ 장애인의 사랑에 대하여 존재하고 있는 편견들


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라면 ‘불편한 사람끼리 서로 돕는’ 관계 따위로 축소되기 쉽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라면 때로 과하게 낭만화된다(헌신적인 사랑, 누구보다 아름다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야기 어쩌고저쩌고).❞〖5〗


➭ 후자의 경우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필요하지 않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필요로 한다’고 여기고 있기〖6〗 때문에,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사랑은 장애인이 성적 욕구를 일으키지 않는 무성적인 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초월’한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 되며 이는 착한 비장애인의 희생으로 인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편견은 널리 전파되어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례: “미녀와 야수”에서 벨이 (그녀와 다른 모습의 존재인) 야수와의 결혼을 승낙한 이유는 ‘동정심’과 ‘연민’(나와 다른 모습을 지닌 존재와의 관계는 ‘사랑’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반영됨) 때문이었다. 벨이 야수와 결혼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벨이 ‘정말로 큰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 추앙된다.)〖7〗

➭ 지금까지 논의된 우리 사회의 편견은 장애인의 의지와 선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모든 사랑은 상호 배려와 존중, 노력을 기본으로 한다. 장애인도 다르지 않다.


▬ 장애 여성은 연애, 결혼에 있어 여성차별과 장애차별을 동시에 겪는 ‘이중차별’을 경험함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장애여성으로서의 연애 경험을 풀어내며 (중략) 비장애인을 만나면서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장애인이었고, 여성 중에서도 ‘주변화된 여성’이었다”며 “극복해야 할 장벽이 남들보다 하나 더 많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연애를 하기 위해 순종적인 여성이 되는 전략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나 또한 그랬어요. ‘어떻게 나를 상품화해야 할까’에 골몰했고, 순종적인 여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연애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우열 관계’, 이를 고깝게 보는 사회적 시선도 불편했다. (중략) 장애인과의 연애 또한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중략) “그분(과거 연인 관계였던 장애인)들은 모두 비장애인과 결혼했다. 이상하게 장애 여성은 결혼을 안 하거나 장애인 남성과 결혼하는데, 장애 남성은 굉장히 많은 비율이 비장애인 여성이랑 결혼해요. 그 이유에 대해 당시에도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남성은 ‘능력’이고 여성은 ‘외모’라서였을까요.”❞〖8〗


장애 여성의 성욕이나 섹슈얼리티는 아직 사회 주변부에도 자리 잡지 못한 ‘성역’의 장이다. (중략) 장애 여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장애 남성에 비해 빈약하다. 많은 학문이 남성 중심적으로 연구되고 있듯, 장애학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교육이 제도 교육권 안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교실에 나란히 앉아 있을 뿐 두 주체가 서로를 이해할 만한 커리큘럼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9〗


▬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특히 중증 장애의 경우라면) 외적인 스타일도 ‘장애인 스스로의 선택권’이 아닌 ‘보호자가 관리하기 편한’ 스타일(사례: 장애인 본인은 머리를 기르고 싶어 하지만 보호자는 관리하기 쉬운 스포츠머리로 잘라줌)〖10〗로 결정되는 것과 같은 문제를 비장애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등 장애인에 대한 인권감수성과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임


▬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정상적인 몸의 기준’을 설정하여 장애인을 ‘타자화’하는 사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신체 사이즈, 외모, 몸짓 등과 같은 몸의 형태 또는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들을 ‘정상성의 표준’에 따르도록 강요받는데, 그러한 표준에 따르지 않으면 놀림감이 되거나 괴롭힘 혹은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는 위협을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정상적인 몸의 기준'을 내면화하게 되며, 이와 같은 내면화는 우리가 정상성의 기준에 따라가지 못할 때 수치심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해서 혐오하도록 만든다. 이 때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현실, 즉 긍정적인 신체상에 부합해야 한다는 기준에 있어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몸을 이상화하는 사회에서 이상에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하는 사람들(스스로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몸을 가졌다고 여겨지고 이 때문에 무가치한 사람이 되며, ‘정상적인 몸’을 우리가 따라야 할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속에서 ‘부정적인 몸’은 장애 등을 가진 ‘주변화’된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러한 몸에 대한 경험을 마주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정상적인 기준’에 부합하고자 하는 주류적 사람들은 주변화된 사람들과 자신들 사이의 ‘차이’에 주목하여 (정상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장애인을 더욱 ‘타자화’한다.❞〖11〗


▬ 장애 여성의 임신, 낙태, 출산, 양육 관련 논의


➭ “장애 여성 운동에서는 장애 여성은 엄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워도 사회에서 엄마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이야기해왔다. (이런 영향으로) 장애 여성의 모성권을 부정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고, 장애 여성 모성 보호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과 같이 장애 여성 운동의 흐름은 ‘모성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12〗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임신 직후 진료 받을 병원 찾는 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중략) 비장애인에 맞는 진료 장비는 이용할 때마다 곤욕스러웠습니다. “초음파검사 할 때 침대로 옮겨야 하는 것 등 최대한 거기 시스템에 맞춰서 저를 움직였던 것 같아요.” 침대형 휠체어 등을 갖춘 장애 친화 산부인과는 전국에 총 13곳 뿐입니다. 이동거리 등에 제약으로 이용자가 한 해 100명에도 못 미칩니다.❞〖13〗

➭ 장애 여성이 임신 전후로 겪는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장애여성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주변에서 말리거나 낙태를 권유 또는 강요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절한 성교육을 받지 못해서 피임방법을 잘 모르거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인 경우”도 많다.〖14〗 이러한 상황을 모두 고려한다면, 장애 여성의 ‘모성권’ 뿐만 아니라 ‘임신·출산 선택권 및 재생산권’의 관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생산권은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유롭고 책임 있게 아이의 수와 터울, 출산 시기를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결정하며 그에 필요한 정보와 수단을 가질 기본적인 권리, 그리고 최고 수준의 성·재생산 건강을 이룰 권리”이다.〖15〗 여기에는 출산, 양육, 임신중단을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이를 누릴 수 있는 접근권, 건강권 등이 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후, 후속입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법적 공백이 발생한 현실 속에서 장애를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은 그대로 존속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1호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으로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와 질병을 낙태 허용 사유로 두는 것은 생명에 위계를 두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에서 드러나는 출산의 비정상성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재생산권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다.〖16〗

➭ ‘통제’의 관점에서 ‘낙태가 허용되는 사유’를 규정하기 보다는 (낙태 허용 사유로 ‘우생학적 사유’ 대신 ‘사회·경제적인 사유’를 규정한다고 해도, 사회·경제적 양육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장애아를 낙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우려됨) 여성이 출산 혹은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낙태 허용 사유가 되는 질병명’이 나열되는 것과 ‘유전 질환을 겪는 장애 여성으로서의 임신, 출산, 양육 경험’이 공유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강화도에서 태어난 58년생 경순은 샤르코 마리 투스라는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샤르코 마리 투스는 의학적으로 유전운동감각신경병(hereditary motor sensory neuropathy, HMSN), 즉 요전성 말초 신경병의 하나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도 앓고 있는 이 병은 삼성가 유전 질환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2,500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고 하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겨 손과 발 근육에 힘이 빠지고, 손과 발 모양에 변형이 생긴다. (중략) 쌍둥이를 키운 경험을 이야기할 땐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커진다. (중략) 경순에겐 장애 여성으로서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엄마 노릇’과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장애 여성 엄마 노릇’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 늘 주어졌다. 도달할 수 없는 기준 앞에서 경순이 선택한 길은 그저 먹고, 씻기고, 청소하는 일을 한없이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장애가 있는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자신있는 일이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17〗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제 2항은 “법 제1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 아동과 장애 성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많은 여성들이 낙태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낙태를 원할 수도 있다.❞〖18〗 단 장애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운 사회적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여성의 자율적 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더불어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데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법적, 경제적 지원 및 인프라 마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2. 장애인들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한 ‘성 도우미’ 제도

▬ 장애인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해외의 '성 도우미' 제도


누구든 접촉과 애무,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런 욕망이 신체 기능의 결함으로 인해 줄어들지는 않는다. (중략) 손천사의 첫 번째 서비스 대상은 스티븐이라는 청년이었다. 스티븐은 태어날 때 산소가 부족해서 뇌가 손상되었고 두 발과 두 손이 심각하게 쪼그라들어 다리를 대신하는 전동 휠체어를 리모콘으로 작동해 움직인다. 자위할 힘조차 없어 휴대폰으로 포로노를 보면서 잠깐의 만족을 얻는다. 즈젠은 그와 여러 차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어 그가 처한 상황과 필요를 충분히 이해하고 난 뒤에야 서비스 제공을 결정했다. (중략) 스티븐은 성봉사 경험이 황홀했다고 감상문에 남겼다. (중략) 손천사의 자원봉사자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다. 그들은 일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옆에서 신중히 관찰하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자원봉사자가 무심결에 동정이나 연민을 드러내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중략) 장애인의 몸과 마음이 이해받지 못하는 욕망을 만났을 때 그 복잡한 심정은 당사자 외에는 아마 손천사의 자원봉사자가 가장 깊게 느낄 것이다.❞〖19〗


해외에서는 장애인들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행 중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합법적인 ‘성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20〗


▬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밴쿠버(Vancouver) ‘착취당한 목소리 연대’의 제스 마틴(Jess Martin)은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관점에서 ‘성매매가 장애인의 필요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마틴은 성매매가 진정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며, 또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을 통해 장애 남성에게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그 어떤 정당성도 없을(장애 남성이 주도적으로 성관계 대상을 찾을 수 없다 해도 가장 소외된 여성들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뿐 아니라, 이는 전적으로 ‘에이블리즘(ableism, 장애차별주의 혹은 비장애인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21〗


성욕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자신의 성욕은 사회적으로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 각자에게 성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없이 장애 남성의 사정을 통한 성욕해소가 장애인의 성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자위를 하지 못하거나 섹스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에게 자괴감만 더 증가시킬 뿐이다.❞〖22〗


➭ 장애인의 성적 권리 보장을 위한 방법으로서 ‘성 도우미’ 제도를 논의할 때에도 여성, 장애 여성의 관점은 지워진다. 성도우미 또는 성매매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수요자는 남성, 공급자는 여성인 경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 장애인의 성욕 해소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 제공에 관한 논의보다는 장애인의 성욕 해소가 어려워진 원인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성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범죄 예방과 보호를 위한 성교육도 이뤄져야 하지만, 그전에 사회적·정서적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성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생식 기관과 성별의 차이를 알게 해야 할 뿐 아니라 신체와 느낌, 행위, 인간관계, 성관계 등이 무엇인지 이해시켜야 제대로 된 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23〗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문제 해결 방법이 될 것이다.


※ 아래 내용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3. 장애인의 연애에 대해 다루는 미디어

(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순수한 호기심 내지는 호의를 가지고 조제에게 다가갔던 츠네오와 달리)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 없는 조제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대신 쓰레기를 버려주겠다’고 하는 이층 아저씨에 관하여


이층의 아저씨는 조제의 여성성을 인식하고, 그녀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무엇이든지 해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츠네오는 그녀의 여성성을 보지 못했고 무성적인 존재로 보아 연애감정을 느끼지 못했다.❞〖24〗


➭ 이러한 해석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제의 여성성을 인식한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츠네오가 조제의 여성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츠네오가 만남 초반에 조제에게 도움을 준 것은 어떤 사이에서든 초반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그 사람의 성별보다는 동등한 사람으로서 접근하게 되는 것이고, 츠네오 또한 조제와 친해지기 위해 사람으로서 먼저 다가간 것이 아닐까? 이후에는 츠네오가 조제를 여성으로 보았기 때문에 키스를 하기도 했으니, 생물학적 성을 도구화하던 이층 아저씨 보다는 먼저 인격적으로 다가가고 난 이후에 조제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이는 츠네오가 조제의 여성성을 존중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 이층 아저씨는 조제의 여성성에만 집중하여 성적 대상으로 보았기에 조제를 사람으로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조제는 이층 아저씨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을 뿐,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했다. 조제의 ‘동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이층 아저씨가 조제를 여성으로 보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면 ‘동의’의 탈을 쓴 강제였다고 하겠다. 츠네오와의 관계에서 조제에게는 츠네오와의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거부할 선택권이 있었다. 그러나 이층 아저씨와의 관계에서는 그녀를 대신해서 쓰레기를 버려줄 사람이나 이를 위한 지원 제도가 부재했기 때문에 조제는 이층 아저씨의 제안을 거부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 없는) 조제와 (쓰레기를 대신 버려줄 수 있는) 이층 아저씨 사이에는 권력 관계가 존재한다. 이층 아저씨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조제의 여성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의미 부여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이층 아저씨의 행동은 남자로서의 자연스러운 성욕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장애 여성에게 성적 욕구를 느낀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아동이나 성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하기 이전에 모두를 같은 사람으로 봐야 한다.


(2) 오아시스


▬ 장애 여성인 공주가 ‘장애가 없는 몸으로서 사랑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에 관하여


➭ 장애가 없는 몸을 지닌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기존의 편견(이 영화에서 장애 여성과 연애를 하는 상대가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로 그려진 것도 일종의 편견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 장애 여성으로서 장애가 없는 몸을 지니고 있는 경우를 상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1988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여성 엘렌 스톨(Ellen Stohl)은 《플레이보이(Playboy)》라는 잡지에서 화보를 찍었다. 엘렌과 장애계 활동가들은 이 화보를 무성애적 존재로 여겨지는 장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뒤엎는 도전으로 보았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답습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둘 중 한 가지 입장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문제 제기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비장애 중심사회에서 무성애적 존재로 위치지어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인식할 때 그리고 엘렌을 지지한 장애계 활동가들이 해당 화보가 백인 시스젠더 남성의 시각에서 규정되는 성적 대상화를 재생산한 것에 대해 문제인식을 가질 수 있을 때, 이 문제를 다층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25〗 ‘공주의 상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양쪽의 견해 중 하나만 옳고 하나는 그르다는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 중심적 서사를 그린 것을 비판하면서도 장애 당사자가 비장애 중심적 사회에서 비장애인의 신체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애를 극복’하는 서사에 치중하거나 ‘장애를 없앨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등 장애 관련 편견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3) 두 영화의 유사점


▬ 두 영화 모두 '외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반대'하는데 (츠네오에게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문을 닫는 할머니, 종두와 공주가 출입하길 거부하는 식당 종업원) 이것은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을 그들이 가진 “장애”에만 초점을 두어 그들을 주변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음



〖1〗 TV장애인푸른아우성, "장애인은 무성?," 유튜브, 2020년 8월 14일, https://www.youtube.com/watch?v=9tfRPCEW-UM&t=185s.

〖2〗 이가람, "너도 생리 하니? 장애 여성, 그들도 여자다," 여성신문, 2013년 12월 2일.

〖3〗 장애여성공감,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오월의 봄, 2018), 86-87.

〖4〗 전소영, "장애인 ‘성 도우미’ 향한 엇갈린 시선… 자원봉사? 유사 성매매?," 투데이 신문, 2018년 6월 13일.

〖5〗 Chen Zhao-Ru,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강영희 옮김 (사계절, 2020), 7.

〖6〗 Chen Zhao-Ru, 위의 책, 195.

〖7〗 Amanda Leduc,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김소정 옮김 (을유문화사, 2021), 213-218.

〖8〗 이승엽, 이정원, "여성이기에 앞서 장애인이란 시선… 연애 쉽지 않더군요," 한국일보, 2021년 5월 20일.

〖9〗 이가람, 위의 기사.

〖10〗 EBS다큐, "장애아동의 부모로 산다는 건," 유튜브, 2018년 8월 9일, https://youtu.be/l2dbQSYA4wc.

〖11〗 Susan Wendell, 거부당한 몸: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 강진영, 김은정, 황지성 옮김 (그린비, 2013), 170-177에서 발췌하여 요약한 내용임.

〖12〗 하금철, "장애아 낙태? ‘여성의 재생산권’ 중심으로 다시 보자!," 비마이너, 2014년 12월 8일.

〖13〗 KBS News, "임신부터 고난 시작… “엄마 되기 너무 힘들어요”," 유튜브, 2019년 5월 4일, https://www.youtube.com/watch?v=ueW0Fh0ucz8.

〖14〗 하금철, 위의 기사.

〖15〗 안팎, "선택과 권리 너머, 욕망의 조건을 포착하기," 비마이너, 2020년 12월 7일.

〖16〗 이진희, "낙태죄 폐지와 장애인의 재생산권," 한겨레, 2019년 5월 5일.

〖17〗 장애여성공감,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오월의 봄, 2018), 104-114.

〖18〗 Susan Wendell, 위의 책, 285.

〖19〗 Chen Zhao-Ru, 위의 책, 268-273.

〖20〗 김가현, "[장애인의 성] 대책 마련 시급… 외국에서는 성 도우미 합법," 한국일보, 2018년 12월 19일.

〖21〗 Chen Zhao-Ru, 위의 책, 291-292.

〖22〗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 10년 활동사: 충분히 느리고 유쾌하고 까칠한 (도서출판 한울, 2010), 47-48.

〖23〗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 10년 활동사: 충분히 느리고 유쾌하고 까칠한 (도서출판 한울, 2010), 29-30.

〖24〗 조정민, 최연희, "다나베 세이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론 - ‘장애인’의 연애, 성(性)에 관한 시선 -," 일어일문학 no.38 (2008): 164.

〖25〗 Eli Clare,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전혜은, 제이 옮김 (현실문화, 2020), 229.



📚 별의별 도서관이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된 문헌들 📚

〔 국내 단행본 〕


장애여성공감.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 오월의 봄, 2018.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 10년 활동사: 충분히 느리고 유쾌하고 까칠한. 도서출판 한울, 2010.

Amanda Leduc.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 김소정 옮김. 을유문화사, 2021.

Chen Zhao-Ru.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강영희 옮김. 사계절, 2020.

Eli Clare. 망명과 자긍심: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전혜은, 제이 옮김. 현실문화, 2020.

Susan Wendell. 거부당한 몸: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 강진영, 김은정, 황지성 옮김. 그린비, 2013.


〔 국내 논문 〕


조정민, 최연희. "다나베 세이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론 - ‘장애인’의 연애, 성(性)에 관한 시선 -." 일어일문학 no.38 (2008): 157-170.


〔 국내 신문기사 〕


김가현. "[장애인의 성] 대책 마련 시급… 외국에서는 성 도우미 합법." 한국일보. 2018년 12월 19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180993764626

안팎. "선택과 권리 너머, 욕망의 조건을 포착하기." 비마이너. 2020년 12월 7일.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07

이가람. "너도 생리 하니? 장애 여성, 그들도 여자다." 여성신문. 2013년 12월 2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619

이승엽, 이정원. "여성이기에 앞서 장애인이란 시선… 연애 쉽지 않더군요." 한국일보. 2021년 5월 20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913070001563

이진희. "낙태죄 폐지와 장애인의 재생산권." 한겨레. 2019년 5월 5일.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905052045005#c2b

전소영. "장애인 ‘성 도우미’ 향한 엇갈린 시선… 자원봉사? 유사 성매매?" 투데이 신문, . 2018년 6월 13일.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08

하금철. "장애아 낙태? ‘여성의 재생산권’ 중심으로 다시 보자!" 비마이너. 2014년 12월 8일.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7714


〔 국내 인터넷자료 〕


EBS다큐. "장애아동의 부모로 산다는 건." 유튜브. 2018년 8월 9일. https://youtu.be/l2dbQSYA4wc.

KBS News. "임신부터 고난 시작… “엄마 되기 너무 힘들어요”." 유튜브. 2019년 5월 4일. https://www.youtube.com/watch?v=ueW0Fh0ucz8.

TV장애인푸른아우성. "장애인은 무성?" 유튜브. 2020년 8월 14일. https://www.youtube.com/watch?v=9tfRPCEW-UM&t=18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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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계상 이번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지 못한


(목차 Ⅱ. 3.과 관련하여)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결말에 관한 논의와

목차 Ⅱ. 4. 장애인의 성폭력 문제 (피해자인 경우 / 가해자인 경우 각각의 관점에서),

Ⅱ. 5.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

Ⅲ.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가기 위한 방향성에 관한 논의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별의별 도서관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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