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별 연구자 책모임은 차별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차별 관련 책을 읽고 자신의 연구, 활동과 연관지어 생각을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2021년 6월-9월 동안은 어빙 고프만의 <스티그마>를 읽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6월 12일 1차 모임
📍 책과 연구, 활동 연결
책의 내용과 인종, 젠더, 비영리단체 종사자 등 자신의 연구 관심사를 연결시켜, 낙인이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경험되고 있는지를 공유했습니다.
📍 <스티그마>의 한계
낙인 찍히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합니다. 낙인이 어떠한 형태로 표출되고, 전달되는지 (언어적, 담론적 측면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짚었습니다.
“장애”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고, 보이지 않는 장애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이에 대한 세분화된 설명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정상인 - 낙인자를 이분법적으로 설명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우리 정상인” 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독자를 낙인자와 분리하여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책이 집필된 1960년대라는 당시 시대상에서 이러한 성찰이 부족했던 한계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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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2차 모임
📍 낙인자들이 낙인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대응하는가
낙인자들이 낙인을 가리기 위한 은폐, 패싱이 우리의 활동과 연구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탈북민, 백인우월주의 사회규범 속에 살아가는 유색인종,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생존자의 사례로 같이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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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3차 모임
📍 낙인자의 사회 ‘적응’
낙인자도 낙인을 열등감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의식을 가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로는 낙인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스스로를 검열/억제하게끔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에게 침묵하라는 것과 비슷한 행위입니다.
📍 한계를 넘어: 시민 연대
결국 시민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3장에서 낙인자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만 다뤘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넘어 모두가 연대하여 변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과 연대가 변화의 핵심입니다.
9월 9일 4차 모임
📍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낙인자
세상 사람들은 낙인자/정상인의 모습을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규범을 따라갈 때는 ‘정상인’으로, 다르게 행동할 때는 ‘낙인자’로 비추어집니다. 책 초반에 낙인자/정상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같다고 지적했었는데, 후반부 설명을 통해 낙인이 누구나 거칠 수 있는 사회적 과정이며, 우리가 점유하는 다양한 위치성에 따라 낙인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점이 명쾌하게 밝혀졌습니다. 낙인과 그로 인한 차별은 교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우리 안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성과 그렇지 않은 위치성이 공존하기에 지속적으로 성찰해가야 합니다.
후기
<우희>
어빙 고프만을 처음 접했던 것은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자신과 같은 인종/민족 출신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현상(inter-ethnic othering)을 설명하는 논문 (Pyke & Dang, 2003)이었다. 당시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와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 - 아시아계 외국인 학생들이 서로 거리를 두는 현상을 인종주의 구조 속 먼지차별로써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짚는 글을 쓰고 있었다 (Trazo & Kim, 2022, forthcoming). 인종차별적 구조는 소수자들을 분열시키고 동화되게끔 하는 과정을 통해, 백인우월주의가 지속될 수 있게 한다. 차별적 구조 속에서 소수자들에게 부여되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자신을 ‘정상인’(이 용어는 <스티그마>에서 따온 것임)과 동화시키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별적 구조는 지속되는 것이다. <스티그마>를 통해 낙인이 소수자에게 부여되고 내재화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더욱 세밀한 미시적 분석들과 거시적 차별과 억압의 구조와 연결시켜 개인의 일상 속 낙인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확장해나며, 차별이 우리의 경험 속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가고 싶다.
<슈슈>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함께 한 책, ‘스티그마’
단 한번도 내가 ‘소수자’의 범주에 들어갔다고 느낀적이 없었는데, 또는 혹 있더라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1개월마다 한장씩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보니 내가 지닌 나의 고유한 특징과 특성 또한 ‘낙인 효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성별, 직업, 신체적인 특징, 거주 지역 등. 나는 나의 특성을 때로는 감추고 싶어하거나, 도리어 먼저 오픈하며 지극히 사회적이고 평범한 사람임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 누구도 현대 사회에서 우리 누구나 '스티그마(낙인')'을 지니고 있고,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리고, 금발머리 백인의 키 180cm 이상, 신체 건강한 남성’ 정도만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최근 ‘라스트 시프트’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그 영화에서는 ‘노년의 백인 남성’, 다른 한 명은 ‘젊은 흑인 남성’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백인 남성은 돈을 훔쳐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지만, 흑인 남성은 구직을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문만 두드려도 도둑으로 오해를 받는다. 삶 속에서 낙인 효과가 얼마나 카테고라이징하여 특정 인물을 기피하고 배척할 수 있는지를 뚜렷이 알 수 있었다.
직장에서도 아주 찰나의 실수, 입사 시 공개했던 이력서 상의 출신 지역/학교 등 사소할 수 있고 한 개인의 삶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항목이 ‘낙인’으로 돌아와, 업무 평가와 승진, 때로는 조직생활 자체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책 모임에서 ‘피그말리온 효과’ 같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속담을 예로 들며, 우리가 ‘낙인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 삶 속에서 밀접하고 타인의 이야기라 볼 수 없는 ‘낙인’은 어쩌면 현대 사회를 넘어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위의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낙인’으로 죄없는 누군가의 삶이 억울해지지 않도록, 선입견으로 출발의 기회 조차 배제되지 않도록, 지금 이 시대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고유하고 존중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거나 또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반차별 연구자 책모임, 함께 해요!
2021년 10월-12월 반차별 연구자 책모임에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눕니다. 차별에 대해 쉽고 유익하게 풀어나가는 책을 함께 읽으며 내 연구와 연결지점을 찾고 싶은 분, 차별/불평등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분, 다양한 시각에서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분, 연구자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가고 싶으신 분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반차별 연구자 책모임 함께하기: bit.ly/byeolboo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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